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곽영욱(69·구속 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의 공기업 사장 응모 과정에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로 불구속 기소, 이를 부인하는 한 전 총리 측과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증거도 없고, 진술의 일관성도 없는 70세 노인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2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 오찬 자리를 마련하면서 곽 전 사장에게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현 민주당 대표)과 함께 초대하겠다”고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한 전 총리가 정 대표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선 11월에도 당시 이원걸 산자부 2차관이 정세균 장관의 지시를 받고 곽 전 사장에게 석탄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토록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슷한 시기에 산자부의 한 공무원은 석탄공사 책자를 들고 곽 전 사장을 찾아가 석탄공사 사장 공모에 임하도록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총리 공관에서의 오찬 자리가 자신의 인사 문제에 힘써 주기 위해 한 전 총리가 마련한 자리라고 판단, 미리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돈봉투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 갔다가 오찬이 끝나고 한 전 총리와 단둘이 남게 되자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검찰은 총리의 업무 가운데 공기업 사장 임명에 대해 임명서류에 부서토록 돼 있는 만큼, 한 전 총리에 대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와 1998년부터 친분을 맺어 왔으며 곽 전 사장 막내아들 결혼식에 한 전 총리가 참석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 사장 후보 1순위로 추천됐음에도 결국 탈락하고 당시 김원창 전 정선군수가 선임되자 한 전 총리로부터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으며, 한전 산하 공기업 사장 공모에 지원하라는 연락을 다시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곽 전 사장은 한전 산하 남동발전 사장에 응모했으며, 2007년 3월31일 남동발전 사장에 선임됐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석탄공사 사장 지원을 도와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준다는 사실을 알고 수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개입 의혹이 불거진 정세균 민주당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장 내용을 입수해 검토해 보고 혹시 할 말이 있으면 차후에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장석범·민병기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