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파행 때문에 대표적인 ‘불량상임위’로 꼽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의 사퇴 선언으로 파행을 빚은 교과위는 여야간 합의로 상임위 운영이 정상화된 반면 이달 말까지 노동계 최대 현안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을 처리해야 할 환노위는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우윤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오전 KBS 라디오에서 “여야 지도부와 이종걸 위원장 등이 협의한 끝에 교과위는 민생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데 원만히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교과위원들은 지난 11일 “민주당의 상임위 파행 운영 때문에 예산안과 법안을 한건도 처리하지 못했다”며 교과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여야가 교과위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ICL)과 서울대 법인화 관련 예산 등 쟁점 예산안과 계류법안 심사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예산 규모를 놓고 여야 입장차가 커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18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한 환노위는 아직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환노위는 1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석면피해구제법 제정안 등 35건의 법률안을 전체회의에 넘겼으나 노조법은 소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산안 심사도 환경부의 4대강 관련 예산을 놓고 여야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아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환노위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데 대해 한나라당 노동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신상진 의원은 이날 오후 “노조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해 제출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법안 제출 이후 활발히 진행돼야 할 상임위에서 상정조차 안 되고 있다”며 추미애 위원장을 향해 법안 상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민노총 등이 참여하는 ‘다자협의체’를 통한 합의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노총과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나 홀로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