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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독서는 같지만 다르다. 글을 읽고 머릿속에서 재구성하며 음미하는 것은 일반적인 독서와 다를 것이 없다. 그의 독서가 다른 점은 눈 대신 귀와 손가락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의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재구성과 음미와 상상은 눈으로 하는 독서가의 그것보다 훨씬 깊다.

국내에서 하모니카 연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전제덕(35)에게 독서는 지나간 시간과의 소통인 동시에 음악 작업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탈출구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인 그에게 독서란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수고롭고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음악의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주로 책을 읽습니다. 특히 한여름에 책을 많이 읽는데 한번 시작하면 한두 달 정도 완전히 거기에 빠져 살아요. 고전이나 역사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내가 살아 보지 못한 시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가 최고로 꼽는 소설은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1970년대에 ‘대망(大望)’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작품.

“이 책에 ‘인생이란 수레에 무거운 짐을 싣고 산을 올라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와요. 무거운 짐을 수레에 싣고 산에 오르면 조금만 부주의해도 진창으로 빠지거나 굴러떨어지겠죠.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판단의 연속인 인생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습니다.”

단행본으로 20권에 가까운 책을 읽는 데에는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점자책으로 나와 있지 않아 자원봉사자가 직접 읽어 줬기 때문이다. 전제덕은 “책을 읽어 주신 자원봉사자 분이나 듣는 저나 고생이 많았다”며 웃었다.

시각장애인의 독서에 대해 전제덕은 할 말이 많다. 출간되는 점자책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텍스트 파일을 점자로 만들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지만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아무 책이나 점자화하기 힘들다. 선진국에서는 비장애인들도 오디오북을 많이 듣지만 우리나라에는 일반화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시각장애인들이 방송통신대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데 교재를 공급받기가 힘들어요.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각장애인들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투쟁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줘야 할 일들이죠.”

전제덕은 독서란 굳이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깨우쳐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 쓰레기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꼭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독서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철학이든 에세이든 소설이든 다른 사람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