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늑장 개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여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 13대(1988년)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직을 정당간 원구성 협상을 통해 배분하는 관행이 생겨난 이후 원구성 지연은 국회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1948년 제헌 의회 이후 국회의 원구성 지연 일수를 따져보면 1위는 14대(1992년) 국회로 125일만에 원구성을 마쳤다. 2위는 97일 만에 원구성을 끝낸 7대(1967년) 국회, 3위는 여야가 89일 동안 지루한 협상을 벌인 끝에 원구성에 합의한 18대(2008년) 국회다. 하지만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단과 원구성 기한을 법률로 정한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로만 보면 18대 국회가 ‘최장 지연’기록을 수립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 경우 국회부의장 선출, 상임위원장 배분, 예산결산특위의 상임위 전환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다 임기시작 37일 만에 원구성 협상이 타결됐다. 당시 여야간 대립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이라크에서 희생된 김선일씨 피살사건 국정조사 개시 여론이 빗발치면서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힘겨루기를 끝냈다. 2000년 16대 국회 역시 개원식과 국회의장 선출은 법적 시한에 맞췄지만 여야가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맡겠다고 다투다 원 구성이 9일간 지연됐다.

1996년 15대 국회는 여야가 검·경 중립 문제와 정치자금법 등을 다루는 제도개선특위 구성 등 두가지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전을 거듭하다 7월에야 국회 개원과 원구성을 마쳤다. 1992년 14대 국회는 임기 개시 한달 만인 6월29일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개원식을 열었지만 원구성 협상은 4개월 만인 10월 정기국회에서 마무리됐다. 1988년 13대 국회는 임기 개시 당일인 5월30일 국회의장을 선출하고 개원식을 열었으나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21일 동안 원구성이 지연됐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