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의 관심사가 주파수 재분배에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세대(G) 주파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감안, 올 연말까지 800㎒와 900㎒, 2.1㎓ 대역의 주파수 60㎒을 재분배할 계획이라고 한다. 9월말 현재 3G가입자는 SK텔레콤(SKT) 1200만명, KT 1140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두 회사는 3G 이동통신용으로 2.1㎓대역에서 20㎒씩을 쓰고 있다. 이 대역폭의 수용 가능 용량은 1200만~1300만명 정도다. 포화 직전인 것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정책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때에 따라 사용료를 받고 안받고, 통신용은 사용료를 내야 하고, 방송용은 안내도 되고….

첫째, SKT가 사용하고 있는 2G 800㎒ 대역의 50㎒ 중 20㎒를 회수, KT와 LG텔레콤(LGT)에 재분배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800㎒대역 주파수는 KT와 LGT가 각각 2G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1.8㎓대역 40㎒, 20㎒에 비해 효율성이 좋은 황금대역이다. 그동안 SKT 자동차는 경부고속도로, KT와 LGT 자동차는 국도 4차선, 2차선 도로를 달리면서 시합을 해온 셈이다. 독점 논란이 일어난 배경이다. 방통위의 이번 시정 역시 마지못해 하는 조치라는 인상이 짙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SKT의 하나로통신 합병 전제조건으로 이 문제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둘째,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 역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같은 주파수 대역임에도 불구하고 3G용으로 쓰는 KT와 LGT는 10년 사용조건으로 일시불로 4330억원씩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SKT는 2G용으로 쓰기 때문에 30㎒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주파수 사용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할당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옛날 자동차는 통행료를 안내도 되지만 신형 차는 내는 꼴이다.

셋째, 주파수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4330억원은 2000년 SKT와 KT에 3G주파수 1.9㎓와 2.1㎓대역 20㎒씩을 할당하면서 15년 사용조건으로 1조3000억원씩 내도록 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900㎒대역 20㎒ 역시 이를 할당받을 후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KT와 LGT에 할당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 회사는 각각 8000억원 이상씩 주파수 사용료를 준비해야 할 판이다.

또 방송위는 LGT가 반납한 2.1㎓ 대역 20㎒ 중 10㎒씩 쪼개서 3G용으로 SKT와 후발 사업자에 할당할 계획이다. 그러나 후발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머지 10㎒도 SKT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SKT 역시 8000억원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들 3개사는 이같은 주파수 사용료와는 별도로 매년 매출액의 0.5~0.75%씩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내고 있다. 일명 정보화 촉진기금이다.

주파수 사용료는 국가재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통신요금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라는 얘기다. 주파수 사용료는 1996년 PCS사업자, 즉 KTF와 LGT, 한솔텔레콤에 20㎒씩을 할당, 1100억씩을 받으면서 비롯됐다. 그러던 것이 2000년 3G서비스를 허가하면서 액수가 대폭 증가했다. 그렇다보니 LGT의 경우 2G와 서비스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3G서비스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1조1500억원의 주파수 사용료와 조단위의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넷째,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방송용 주파수다. 지상파 TV방송국은 470~806㎒ 대역과 940~959㎒ 대역 총 355㎒의 엄청난 양의 주파수를 쓰고 있다. 그것도 사용료도 내지않고…. 신문사로 말하면 영업지국을 국가가 대신 운영해주는 격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천문학적인 주파수 사용료와 비교할 때 이만저만 특혜가 아니다. 최소한 민영방송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받는 게 옳다. 방송사들은 매출의 3%정도를 방송발전기금으로 내고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주파수 사용료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그 발전기금은 자신들에게 다시 돌아간다.

방통위는 오는 2011년 6월말 2G 서비스가 끝나는 점 등을 고려, 주파수를 모두 회수해 재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하는 게 옳다. 원칙과 형평성이 없는 정책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오창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