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심장에 얹은 손 아래서는/램프에 불이 들어온 것 같은/따스한 기운/임종의 시간/얻은 것 다 두고 사라져 가며/마음과 머리가 겨울 강처럼 텅 빌 때에도/손 안에 조약돌처럼 들고 있을 그/짧은 감촉/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우주선의 창문처럼/죽어가는 이들의 눈은/캄캄하고’(‘입맞춤’ 전문)

묵시록적 종말의 표정을 탐색해온 시인 겸 문학평론가 서동욱씨가 두번째 시집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민음사)을 내놨다.

첫 시집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이후 10년 만에 펴낸 두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사랑과 종말이 뒤섞인 처연한 우주 서사를 통해 죽음, 사랑 등을 풀어낸다.

시인은 진부하고 상투적일 수 있는 사랑과 죽음 등을 우주라는 이례적인 공간에 펼쳐내면서 블랙홀, 빅뱅, 우주선, 외계인 등과 결합시켜 신선하고 새로운 시어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서 우주와 사랑은 인간의 운명이 처한 좌표의 두 축을 이루는데, 그 좌표 안에서 인생을 소모하는 인간의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을 냉소하는 세계의 차가움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코믹한 B급 SF와 낭만적 사랑 이야기가 결합되면서 우주적 상상력으로 확장된 사랑의 시는 서정성을 뛰어넘으며 인간 삶의 희비극성으로 확대된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