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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의 대상’에서 ‘위협의 주체’로?

살인, 방화, 강도, 강간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60세 이상 노인 수가 4년 새 46%나 급증하면서 노인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학기술 발달로 60세가 넘은 노인이라도 왕성한 체력과 정력을 유지하는 것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노인의 비(非)노인화’가 이뤄지면서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노인이 많아진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노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년층을 사회의 일원으로 껴안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60세 이상 노인 수는 2005년 484명에서 2008년 707명으로 4년 사이 46.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4대 강력범죄 검거자수가 23.5%(1만4545명→1만7965명) 늘었던 것에 비춰 보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특히 노인 강간범은 2005년 254명에서 2006년 352명, 2007년 368명, 2008년 434명으로 4년 사이 70.9%나 급증했다. 노인 강도범도 2005년 75명에서 2006년 73명, 2007년 88명, 2008년 104명으로 4년 새 38.7% 늘었다. 같은 기간 노인 방화범은 20.3%, 노인 살인범은 2.1%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4대 강력범 중 노인의 비중도 2005년 3.3%에서 2008년 3.9%로 늘었다. 노인 강력범죄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강력범 급증의 원인을 건강한 신체적 능력을 사회에서 풀지 못하고 경제적·정신적으로 소외된 노인들의 현실에서 찾는다. 남궁기(정신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신체적으로 과거 60대는 할아버지였지만 요즘은 건강한 세대”라며 “특히 노인 강간범이 급증한 것은 노년층의 신체적 능력이 왕성해졌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곽대경(범죄심리학)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노인의 수명은 연장된 반면 사회활동 기회는 계속 줄어들면서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노인들이 범죄로 내몰리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노인에게 맞는 일자리나 기회를 제공해 주는 방법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 실태를 파악하고 개별 노인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채현식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