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오치아이 쓰토무(落合務) 등 요리명인들은 매년 신안 천일염을 수입해간다. 이들의 식당은 최소한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우에다 히데요(上田英世) 일본Qi회장은 수년째 구운 한국산 천일염을 수입해 일본시장에 보급하고 있다. 천일염의 오묘한 맛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천일염은 맛뿐만 아니라 미네랄의 보고(寶庫)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도 3배나 많다. 또 중국산 등 다른 나라 소금의 염화나트륨(NaCl) 비율은 85~95%에 달한다. 95%의 암염에 가까운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천일염은 80~85%다. 나머지는 칼슘, 칼륨, 인, 셀레늄, 망간, 아연… 등 인체 건강의 필수인 미네랄이다.

또 우리 천일염은 유일하게 알칼리성이다. 미네랄과 알칼리성 소금으로 김장을 담그면 2~3년이 지나도 묵은지 김치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 소금 또는 정제염을 사용할 경우 얼마 안가 물러터지고 만다. 정제염으로 만든 소금물에 바닷고기를 넣으면 얼마 안가 죽고 만다. 반면 한국산 천일염으로 만든 물에서는 활발하게 잘 산다. 젓갈 문화가 한국에서 발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무엇보다 화강암 퇴적물로 이뤄진 한국의 갯벌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곤노 아키라 전 도쿄대 교수는 세계 대다수 나라 땅이 석회석으로 이뤄진데 반해 한반도는 유일하게 화강암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화강암 토양은 정제효과가 뛰어나 물이 맑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인간은 한동안 음식을 안 먹어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소금 없이는 며칠을 견딜 수 없다. 바닷고기는 회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민물고기는 회로 먹는 경우가 드물다.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염분 때문이라고 한다. 염분은 체내에 존재, 삼투압 유지와 각종 바이러스 창궐을 막고, 체온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닷물의 염분농도는 3%다. 엄마 뱃속의 양수 염분농도 역시 3%다. 짠물에서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힘들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것도, 태어날 때 양수부터 뒤집어쓰고 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한다. 또 우리 혈액속의 염분농도는 0.9%다. 나트륨 주사인 링거액 역시 염분농도가 0.9%다. 체내 염분균형이 깨지면 각종 병균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링거주사부터 놓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어린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도록 했다. 야뇨증은 체내 염분농도가 떨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심장암은 거의 없다. 소금 덩어리인 ‘심장’에서는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심장을 염통(鹽桶), 즉 소금통으로 불렀다. 대단한 지혜다.

하지만 소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고혈압 등 성인병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다. 목포대 천일염 생명과학연구소가 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 결과 미네랄을 다량 함유한 한국의 천일염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음이 확인됐다. 특히 구운 천일염의 경우 오히려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등을 억제, 간을 보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굽거나 볶을 경우 성인병과 관련이 있는 불순물이 제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소금의 70%는 미네랄이 없는 암염이다.

한국 소금은 1963년 제정된 염관리법에 따라 그동안 광물로 취급받았다. 농업최고경영자(CEO) 출신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진언, 지난 4월에야 비로소 식품으로 인정받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입 소금으로 인해 1997년 8700㏊였던 염전이 1400㏊로 줄어든 점이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당 6만~7만원이다. 하지만 우리 천일염은 1000~2000원 수준이다. 광물 취급해온 결과다. 한식의 세계화와 함께 한국 소금의 우수성을 알릴 때다. 한국의 천일염, 특히 가마솥에 끓여 만든 명품소금 ‘자염(煮鹽)’이 세계 시장을 평정할 날을 기대해본다.

[[오창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