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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이상재 선생이 시민사회 운동을 벌이고 다석 유영모와 씨알 함석헌 선생이 기독교와 유교, 불교, 노장 사상을 아우르는 독특한 사유 체계를 설파하던 서울YMCA의 성서강좌가 중단된 지 20년 만에 부활된다.

서울YMCA 시민논단위원회는 9일 성서를 통해 시대 정신과 가치를 살피고, 성서로 돌아가 교회와 사회를 바라보며 그에 합당한 삶을 지향하는 시민들을 한데 뭉치게 하기 위해 시민·청년·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YMCA 목요성서 강좌’를 부활한다고 밝혔다. 15일과 29일, 12월3일과 1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서울YMCA 2층 친교실에서 ‘성서를 통해 보는 그리스도의 마음’이란 주제로 열리는 첫 강좌에는 감리교 목사이자 동화작가로 유교, 불교, 노장 사상을 두루 섭렵한 이현주 목사가 강사로 나선다.

서울YMCA가 성서강좌를 부활한 것은 최근 계속되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영적·사회적 지도력 쇠퇴와 한국 기독교의 도덕적 퇴행은 성서가 가진 권위의 본질을 제대로 사회 속에 구현하지 못하는 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 한국 교회와 사회의 구성원들이 기독교적 영성과 권위에 대해 이해하고 그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기독시민들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 근원과 본질인 성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 목사는 강좌를 통해 성서 속에 있는 다양한 사건과 역사를 중심으로 이면에 숨겨진 의미와 가치 그리고 시대정신을 조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서를 문자 그대로의 기록을 넘어 지금 여기서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시대정신으로 부활시키고 그 깨달음을 실천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고무한다는 것.

서울YMCA의 성서강좌는 YMCA 출범 초기인 1904년 월남 이상재 선생에 의해 시작됐다. 이어 1928년 당시 38세이던 다석 유영모가 ‘YMCA연경반’이란 이름으로 강좌를 이어받아 기독교 성서는 물론, 불교와 노장, 공맹(孔孟)을 강의하며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는 독특한 사유 체계를 전개했다. 1963년까지 35년간이나 계속된 이 강좌를 통해 다석은 함석헌, 김교신, 김흥호, 유달영, 안병무 등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서울YMCA 강좌를 한국 종교철학 사상의 발원지로 자리매김시켰다. 이 강좌는 이후 씨알 함석헌과 노평구 등에게로 이어지며 1980년대 후반까지 계속돼 한국의 청년운동과 시민사회운동, 사회체육운동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