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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소식이 금요일 아침 미국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오전 6시 처음 소식을 접하고 기상했으며, 오전 11시10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면서 “내가 그것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놀랍고 매우 황송하다(both surprised and deeply humbled)”는 말로 심경을 표출했다. 노벨평화상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 그는 연설 내내 기쁨을 나타내기 보다는 진지하고 결연한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 업적에 대한 인정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21세기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봐도 노벨상은 단지 구체적 업적에 대한 평가로서만 존재한 게 아니라면서 대의명분을 세우는 계기를 가져다주는 수단으로서 기능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노벨평화상의 의미 분석인 동시에 취임 9개월만에 업적이 부족한데 노벨상을 받게 됐다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솔직히 말해 변화를 이끈 많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에 내 자신이 낄 자격이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겸손해 하면서 “건국이념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세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한 지도자나 한 국가에 의해 해결될 수 없다”면서 “이것이 모든 국가가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새로운 참여시대를 세우려 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유엔 총회연설에서 세계 각국의 참여와 역할공유를 요청하며 ‘신참여시대(a new era of engagement)’를 주창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더 많은 나라로 퍼지는 핵무기,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핵학살 위험을 용인할 수는 없다”면서 “그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에 착수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평화로운 핵 파워를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평화적이라는 의도를 증명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의 대통령 재임기간 중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핵무기 제거같은 과제는 평생 완성될 수 없을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이 한 사람이나 한 국가의 과제가 아닌한 결국 해결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마치 대통령 취임연설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핵무기, 기후변화 대처 등 지구가 직면하는 당면 과제들에 대한 견해와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채워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으로부터 수상발표를 전해듣고 황송하다(humbled)는 한마디를 남겼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전혀 예상치 못했고, 논의조차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우드로 윌슨에 이어 3번째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