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예상을 깨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그가 추구한 ‘문명과의 화해, 종교와의 화해, 핵없는 세상 구현’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유력 후보군에 줄곧 언급되기는 했지만 실제 수상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다른 후보에 비해 ‘업적’이 적어서가 아니라 ‘집권 1년차’인 대통령에게 상을 주기에는 시기상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후 10개월동안 보여준 행보가 평화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세계와의 단절을 초래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지구촌과의 화해를 시도해 왔다. 수많은 군인들과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 자체를 폐기해 버렸다. ‘이스라엘=미국=사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왔던 중동 지역 지도자들에게 먼저 용서의 손길을 청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중동지역 평화회담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부시 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적대시했던 이란에는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그동안 미국에 등을 돌렸던 ‘적대국’ 지도자들조차 이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희망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도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폐쇄를 명하고 정보기관의 가혹한 심문관행을 금지시켰다.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은폐되고 뒤틀려 왔던 ‘양심의 소리’를 되찾을 것을 강도 높게 주문해온 셈이다.

미국 사회의 고질이라 불리는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끊임없는 시도도 결국에는 의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5000만명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무엇보다 ‘핵없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그의 부단한 노력일 것이다. 그는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행한 대중연설을 통해 핵무기를 ‘냉전시대의 가장 위험한 유산’이라고 규정한 뒤, 이를 지구상에서 없애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실제 9월에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별정상회의를 주재, 핵확산 방지 및 군축 노력을 위한 결의안 1887호를 성안시키기도 했다.

양성욱·김성훈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