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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마시는 술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우울증에 빠지면 뇌(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강한 독성이 뇌세포 파괴를 촉진시켜 짜증과 신경질, 불면증, 불안 및 우울증, 죄책감을 유발해 우울증이 더 심해진다. 결국 우울한 기분 때문에 마신 술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꼴이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이무형 원장은 “가을에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고 “한 잔 정도의 술은 우울한 기분을 잊게 해줄 수 있지만 우울증을 술로 다스릴 경우 오히려 감정 기복이 심화돼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사랑병원이 9월 한달간 입원환자 1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 의존환자 195명 중 42%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19%가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자였다. 두 항목 모두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아 남성의 경우 136명중 8%인 11명이, 여성은 59명 중 445인 26명이 자살시도 경험이 있었다.

#음주가 우울증 더 키워

가을이 되면 일조량 부족으로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되는 반면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멜라토닌 같은 신경 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이때 한두 잔의 술은 진정작용을 일으켜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킨다. 알코올은 코카인처럼 특정한 뇌세포들을 직접 자극해 기쁨과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울증을 이기고자 음주하면 일시적으로 기쁨을 누리지만, 알코올의 효과가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우울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양의 술을 계속 마셔 결국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4분의 1 또는 3분의 2가 일생동안 이차적인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하다면 알코올 대신 인지치료, 가족치료를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실험에 의하면 ‘우울한 기분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알코올 의존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이유는 남성들의 우울증 해소법은 오로지 술이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기분 조절을 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알코올 대신 인지치료나 가족치료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이들 치료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한테도 적용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먼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고, 선문답식 대화와 일기쓰기 등도 도움이 된다. 또 가족이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며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주는 것도 권할 만하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 중 하나가 바로 ‘혼자만 있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독주는 매우 위험하다. 혼자서 술을 마시게 되면 기분이 풀리기도 어렵고 대화상대가 없어 술을 빨리 마시게 된다. 술을 혼자서 마시는 것은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기 전 단계인 문제성 음주단계로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알코올 의존증의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도움말 = 이무형 다사랑병원 원장＞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