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불가피 발언에 이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언급을 하고 나서는 등 9부2처2청이 옮겨가는 세종시 추진에 대한 여권의 수정론이 본궤도에 올랐다.

박 국정기획수석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종시의 (부작용 등) 그런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해야 할지, 안해야 할지를 고민중이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현재 장관고시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여권 일부의 주장과 관련, “9부2처2청을 조금 바꾸면 장관고시로 가능하고, 아예 다 바꾸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특별법의 명칭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이어서 9개 부처를 다 보내지 않더라도 일부부처라도 내려보내는 소규모 수정이면 장관고시로 변경가능하고, 아예 행정부처를 하나도 내려주지 않는 원점재검토면 특별법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원론적 설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박 수석의 정치적 무게에 비춰보면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정 총리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수정추진)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세종시를 과천같은 도시로 만들지 송도같은 도시로 만들지에 대해 세심하고 넓은 고려를 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발언은 세종시는 과천같은 행정도시로 가선 미래가 없으니 교육과학비즈니스 도시로 가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도 일맥상통하는 것인 만큼 박 수석의 언급은 이명박 대통령 및 청와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로 읽힌다. 박 수석은 수정되는 세종시의 미래와 관련, “여러 대안들이 거론되는 게 사실”이라며 “ 각계 주장에 따르면 교육도시, 과학도시, 산업도시, 지식산업을 중심으로 한 녹색도시 등이 있고 이를 두세개씩 묶은 복합도시, 예컨대 교육과학도시나 과학산업도시 등으로 주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 수석은 29일 한나라당 의원 40~5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는 자족기능을 가진 도시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수희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도 “이 대통령이 세종시 추진을 원안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시인하고 사과하고 설득해야 할 시점이 곧 다가올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입장 변경에 대한 타임테이블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여권의 세종시 수정움직임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29일 현정부 들어 바뀐 정부조직에 맞춰 세종시의 부처이전 변경고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관련, 감사원 감사를 청구키로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