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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토머스 셸링, 게리 베커, 케네스 애로. 모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다. 여기에 ‘닷컴 및 주택 거품 붕괴’를 예언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존 도너휴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교수, 부시 행정부 경제 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책은 오늘날 경제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스타 경제학자 30여명이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핵심 현안들을 진단한 길지 않은 논문 35편을 엮은 것이다. 야구에 비교하자면 올스타전이요, 공연이라면 하이라이트 갈라쇼이다.

책은 ‘국제금융과 부동산’(1부), ‘미국의 재정 적자와 세제개혁’(2부), ‘세계화의 이면-전쟁, 고용, 질병 지구 온난화’(3부), ‘사회 보장과 복지정책의 쟁점들’(4부), ‘평평한 지구의 울퉁불퉁한 문제들’(5부) 등 총 5부로 나눠져 있다. 이 다섯 주제들은 다시 크게 두 덩어리로 모을 수 있다. 하나는 국제 금융, 주택가격, 미국의 재정적자 등 미국발 금융 위기의 핵심인 경제적 핫이슈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구 온난화, 이라크전쟁, 사형제도, 대학 등록금 인상 같은 정치, 사회적 문제들을 경제학적 셈법으로 계산한 것이다. ‘현재 진행형’ 경제 문제들을 한 자리에 모아 종합, 정리한 일종의 광범위한 보고서이다.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일관되게 쓴 글들을 엮은 것이 아니라 ‘현안의 정리와 종합’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에 사안에 따라 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상반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주택 가격에 대해서는 로버트 실러 교수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단체인 경제정책연구센터 딘 베이커 소장이 같이 ‘급락 가능성’을 예견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서는 별 문제없다는 거시경제학자의 낙관론과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촉발할 것이라는 국제경제학자의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의 낮은 저축률에 대해서도 로버트 프랭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과시적 소비를 억제함과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소비 지출에 누진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비해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저축과 투자에 부과되는 자본 이득세와 법인세 세율이 너무 높아 미래 준비라는 저축동기도 떨어뜨린다”고 꼬집는다.

한편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정치, 사회 문제들을 경제적 셈법으로 풀어낸 부분이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에 관련해 스코트 월스텐 ‘진보자유재단’ 선임위원은 직접적인 정부 지출뿐 아니라 예비군이 미국 사회에 기여했던 생산성의 상실, 인명 손실과 부상 및 장애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미국이 지불한 비용은 2005년 중반까지 대략 5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어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여기에 국방 연금이 늘어나는데 따른 미래 정부의 지출 부담,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친 충격, 전비 마련을 위해 다른 예산을 삭감한 데 따른 기회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최고 2조달러까지 추정된다며 전쟁이 초래할 비용에 대한 논쟁에 좀 더 많은 경제학자들이 참여했다면 미국의 선택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 지구 온난화 논쟁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쟁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온난화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비용을 계산한 뒤 결국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라고 강조한다. 경제적 셈법으로 본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셈이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