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의 동화작가 정채봉(1946∼2001)의 전집이 29권으로 샘터사에서 완간됐다. 정채봉 전집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 2006년 에세이집 ‘스무살 어머니’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눈을 감고 보는 길’이 출간된 뒤 3년 만에 마무리됐다. 샘터사는 그가 기자로 일을 시작해, 세상을 떠날 당시 편집이사로 인연을 맺고 있던 곳이다.

정채봉 전집 완간은 이번에 그의 장편동화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가 출간되면서 마무리됐다. 이 작품은 작가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장편동화. 그의 어린 시절 고향인 순천만을 배경으로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마주치는 모든 생명체에게 ‘안녕’을 외치는 엉뚱한 소년 ‘계수나무’, 노래를 찾는다며 바람을 쫓아다니는 연순네 아줌마, 다리를 절기 때문에 소리만으로 산을 지켜내야 하는 욕쟁이 목골댁, 낚싯대를 들고 산 위에 올라가서 비행기를 낚겠다고 기다리는 바보 고봉이, 군대에서 도망쳐 나온 순애 삼촌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서도 계수나무는 정채봉이 말하고자 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대한 해일이 마을을 뒤덮어 모든 것이 부서진 자리 위에서도 씩씩하게 일어나 희망의 씨앗을 품는 계수나무야말로 정채봉이 그리던 영혼의 고향, 즉 동심 그 자체이다. 2000년 1월에 처음 출간됐던 작품으로 이번에 송진헌 화가의 그림을 더해 새롭게 내놨다.

정채봉 전집은 이번에 출간된 ‘푸른 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를 포함한 동화 6권, 인물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슈퍼 스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생각하는 동화’, 성장소설, 시집, 에세이집, 잠언집과 묵상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