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신임 일본 총리의 23일 첫 뉴욕 정상회담에서는 덕담이 오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35분간 진행됐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을 계기로 뉴욕에서 ‘상견례’를 한 두 정상은 인사말부터 역사 인식과 관련해 ‘짧지만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 대통령과 이른 시기에 회담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일본에 한국은 가장 가깝고 중요한 나라”라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어 “양국관계가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정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돼 일본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 양국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하토야마 총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자 하토야마 총리는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한·일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양국간 문제뿐 아니라 세계와 아시아 문제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해 협력해 나가자”면서 “경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핵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앞으로 공조하자”고 당부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2016년 하계올림픽을 도쿄(東京)에서 유치하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 대통령은 내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여담으로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도쿄 ‘한일축제거리 한마당’에서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가 축사한 것과 관련해 “아주 크게 보도됐더라. 양국관계, 특히 민간교류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네자 하토야마 총리는 “아내가 한국에서 나보다 더 인기가 있다”며 농담을 건네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미유키 여사는 한류팬으로 알려져 있다.

한 관계자는 “하토야마 총리는 약간은 수줍어하는 성격을 지닌 듯하면서도 태도에서 매우 진지함이 느껴졌고 이 대통령의 주장에 중간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는 등 친밀감도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는 우리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 박인국 주유엔대사.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일본측에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등이 배석했다.

뉴욕 =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