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하이킥’은 없었다. 관중석의 환호는 침묵으로 바뀌었다. 마음 속으로 승리를 갈구하는 듯했던 고독한 표정은 패배를 자인하는 듯 무표정하게 변했다. 머리 위에 수건을 뒤집어 쓴 채 퇴장하는 크로캅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미르코 크로캅(35·크로아티아)이 신예 주니어 도스 산토스(25·브라질)에 충격의 TKO패를 당했다.

크로캅은 20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아메리칸에어라인스센터에서 열린 UFC 103 헤비급 매치에서 3라운드 2분여만에 기권패했다.

지난 6월 UFC 99에서 무스타파 알 투르크(35·영국)를 1라운드 TKO로 꺾고 부활을 알린 크로캅은 신인에게 무릎을 꿇으며 겨우 회복한 자존심에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이날 패배로 UFC 전적 2승3패가 됐고, 격투기 통산전적은 25승 2무 7패(1무효).

펀치와 니킥을 앞세운 산토스의 압박에 시종일관 고전하던 크로캅은 체력 저하까지 겹쳐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필살의 무기 하이킥은 계속 빗나갔고,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기에 바빴다. 결국 3라운드 중반, 크로캅은 상대의 잇단 공격으로 인해 안면 부위에 출혈이 심해지자 심판에게 ‘경기를 계속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크로캅은 가드를 바짝 올려, 거세게 밀어붙이면서 퍼붓는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백스텝을 밟으며 상대의 압박을 견딘 크로캅은 자신의 장기인 날카로운 왼쪽 스트레이트를 산토스의 안면에 두 차례 적중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산토스의 훅은 매서웠다. 퉁퉁 부어오른 눈을 전혀 개의치 않고 밀고 들어오며 휘두르는 펀치에 크로캅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라운드에서 수세적 자세로 일관한 크로캅은 2라운드 들어 킥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그러나 두 차례 하이킥은 모두 빗나갔다. 오히려 초반부터 압박하는 산토스의 묵직한 펀치를 수 차례 허용하며 데미지가 쌓였고, 이로 인해 체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클린치로 위기를 모면하기 급급했던 크로캅은 1분 여를 남기고 오랜만에 회심의 킥을 날렸지만 상대의 급소를 맞히고 말았다.

3라운드에서도 크로캅은 경기를 풀어나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상대의 페이스에 밀렸다. 오히려 산토스에게 펀치와 니킥을 안면 부위에 수 차례 허용하며 비틀거렸다. 안면 출혈이 심해진 크로캅은 결국 3라운드 2분 여를 남기고 심판에게 ‘눈을 뜰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고,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시켰다.

UFC 2연승이 물거품이 된 크로캅은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진 반면 이날 전설의 파이터를 꺾고 UFC에서 3연속 KO승을 기록한 산토스는 격투기 전적 9승 1패를 마크하며 상승가도를 달렸다.

한편 4년 만에 돌아온 ‘광속 펀처’ 비토 벨포트(32·브라질)는 -88kg 계약체중 매치에서 리치 프랭클린(34·미국)을 1라운드 3분 2초만에 KO로 눌렀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