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일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회동에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관련 문제를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통해 풀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회담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다이 특사간의 면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으나 중국 신화통신은 다이 특사를 직접 인용, 이같은 입장을 밝힘으로써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중을 짐작케 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다자대화가 6자회담 복귀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나 북한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입장표명이 6자회담 불참 의지를 사실상 철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월 6자회담 불참 공식 선언 이후 5개월만에 사실상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미국에 호응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미국에 ‘신호’를 보내고, 미국의 ‘성의 표시’를 기다리면서 다음 행보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 내부 정치적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쓰러졌던 김 위원장이 올초 3남인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이후 안정적인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유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선 경제 회생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먼저 풀려야 한다는 절박감도 존재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과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3월24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우주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부정하고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9·19 공동성명을 부정하는 것이며, 9·19 공동성명이 파기된다면 6자회담은 더 존재할 기초도 없어진다”고 밝혔고, 4월14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