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8일 중국 특사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비핵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비핵화가 목표’라는 북한의 공개 주장은 계속돼 왔었고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다자대화’가 북핵 6자회담 복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사실 진전된 내용이 없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6자회담 복귀 신호로 해석하기 힘들고, 여전히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서만 핵협상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핵심 당국자도 “북한이 국제사회나 미국이 요구하는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답을 내놓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나 핵 포기에 대해 의미있는 답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특사 파견을 검토해왔다.

또 외교안보 당국은 김 위원장이 “북한은 비핵화의 목표를 계속 견지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수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데 대해서도 “북한이 언제 비핵화가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늘 해오던 얘기여서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김 위원장 발언 하나만으로 북핵 문제가 급물살을 탄다거나 새로운 협상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해석에는 ‘평가 유보’입장이다.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현재로써 의미를 둘 수 있는 긍정적인 대목은 김 위원장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밝힌 ‘다자대화’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놓고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김 위원장이 ‘4·14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불참 방침을 천명한 만큼 돌아올 명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새틀 짜기를 시도하려는 구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판 짜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변형된 형태의 새로운 회담 형식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에 명시된 ‘3자 또는 4자 대화’를 말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시 선언문 제 4항에는 ‘남북은 종전체제를 종식시키는데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다.

오는 20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뉴욕, 피츠버그 국제회의 무대에서의 북핵행보가 한층 분주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북·미간 물밑 대화기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관련국 정상들과 다양한 형식의 만남을 갖고 북핵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 때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조율 결과에 따라 북핵문제가 급물살을 탈지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