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8일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했다. 이날 TK 지역순회는 ‘친 서민행보’를 기치로 전국 곳곳의 민생현장을 탐방하는 의미와 함께 여느 때와 다른 정치적 의미도 가미됐다. TK는 최근 이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을 떠받치는 제1의 기반이자 ‘정치적 뿌리’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TK는 이 대통령에게 어머니와 같은 곳이자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뿌리”라며 이날 방문 의미를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역경을 뚫고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사람으로 가장 먼저 어머니를 꼽듯이 TK가 이같은 정서를 갖게 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대구시청에서 열린 전국 순회 시도업무보고를 위해 대구를 찾은 적이 있지만, 이처럼 민생탐방 차원에서 이 지역 일대를 순회하기는 처음이다. 핵심 참모는 “이날 TK 방문지는 이 대통령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장소인 만큼 현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설명하면서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는 희망찾기 행보의 의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실제 일대를 돌면서 21세기형 새마을 운동의 화두를 던졌고, 보금자리 주택정책·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2조원 규모의 서민소액 대출을 골자로 한 ‘미소금융사업’ 등을 홍보하는데 역점을 뒀다. 이 참모는 또 “이 대통령도 대통령이기에 앞서 자연인의 한 사람 아니냐”며 “마음편하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듣고 접촉하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TK가 대한민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이고, 새마을 운동은 현대화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 어려움을 딛고 다시한번 도약하자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새마을 박람회’ 참석이 갖는 정치적 메시지도 남다르다. 여당 내 야당의 리더로 평가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다. 이 대통령이 축사에서 “TK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발상지이며 ‘잘 살아 보자’는 구호아래 반세기만에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 것도 ‘박정희 향수’가 강함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 박 전 대표가 미니홈피를 통해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은 지금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한 데 화답이라도 하듯 “시대를 초월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실천운동”으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거꾸로 일각에서는 이 곳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세를 견제하려는 포석도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