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출산, 가족 정책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대도시들의 저출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시는 3, 4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등에서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세계 대도시의 저출산 현황과 정책 대응’이라는 주제로 ‘2009 서울시 저출산 대응 포럼’을 연다고 2일 밝혔다.

시가 주최하고 서울대와 서울여성가족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와 결혼 연령의 고령화, 양육 부담에 따른 출산 기피 등 공통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세계 대도시들의 ‘저출산 극복기’를 거울삼아 서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발표자로 나선 게빈 존스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1987년 이후 싱가포르 출산 정책 변화 연구를 통해 “싱가포르의 경우 출산율 관련 정책 도입 직후인 1987년 급증했던 출산율이 감소추세로 변하면서 ‘정책 실패’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없었다면 출산율은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존스 교수는 “인구 억제 정책에서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환한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단순한 결혼 장려와 자녀의 중요성을 강조한 시기(1987~1999년)에는 여성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작용 등을 볼 수가 있었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정친화적 기업 환경, 탄력 노동, 경제성장보다 여유있는 삶 추구로의 전환 등을 권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서울시 출산 동향에 관한 인구학적 분석’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그 중에서도 서울의 출산율(1.06)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어떤 대도시보다 낮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둘째 아이를 낳게 하는 정책 마련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여성들의 출산 지연·기피 현상과 낮은 출산율의 상관 관계를 연구해 온 조 교수는 “첫째 자녀의 경우 (결혼 연령대가 늦춰지는 등에 따른) 출산 지연이, 둘째 자녀의 경우 출산 기피가 전체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특히 “출산 결정은 경제성장률과 같은 거시 경제 지표보다 소비자 물가지수와 실업률과 같은 시민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두 번째 아이의 출산은 1년 전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여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게르다 네어여 박사는 유럽 복지 선진국들의 가족 정책 분석을 통해 “‘여성 수입’ ‘성평등 임금 정책’ 등에 초점을 둔 북유럽 등의 가족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어여 박사는 “문화적 배경에 따라 제한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일과 가정의 양립, 고품질의 보육 지원, (출산) 여성의 취업 지원 등에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혜정(아동가족학) 연세대 교수는 서울 거주 출산·가임 여성 150명을 대상으로 한 ‘다자녀가족 지원’ 정책 만족도 조사를 토대로 출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영유아 무료 승차 제도(87.5%·이하 만족도), 예방접종 무상서비스(78.6%), 임산부 철분제 지급제도(69.2%)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다자녀 우대카드’(16.7%) ‘출산장려금 차등 지급’(0%)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자녀 가족 정책 활성화를 위해 다자녀의 개념을 세 자녀 이상에서 두 자녀 이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