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조문단)’을 접견한 뒤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결론적으로 청와대가 구상중인 남북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에 따르면, 이 과정은 지난한 기싸움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라인이 25일 논의중인 관계정상화의 필요충분 조건들이 꽤 까다롭기 때문이다. 최근 북측의 잇단 유화공세와 관련해, 남북당국간 대화재개의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북측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판단할 여지가 많다”면서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무엇보다 현 정부 들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남북장관급회담이나 고위급 전략적 대화채널 재개에 대해 정부가 수개월내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긴 했지만, 이는 전적으로 “북측의 향후 태도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측이 핵폐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포기로 나아가는 의미있는 의지의 표현이 있어야 고위급 대화, 장관급 회담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관계자는 이런 측면에서 “공은 북에 넘어가 있다”며 “북측의 답을 기다리는 중이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략적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북측이 일방적으로 끊었던 판문점 직통전화채널을 25일 재개통하고, 26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에 합의하는 등 유화 태도에 대해 정부는 일단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조만간 당국간 접촉이 예상되는 금강산 관광·개성관광 재개문제, 개성공단 운영관련 협상, 북에 억류된 ‘연안호’ 선원 귀환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원칙있는 대응을 유지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 특히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관련, 유감표명과 현장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화 등 3개항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당면 현안을 논의하는 이같은 일련의 당국간 접촉을 통해 고위급 회담이나 특사 교환 등의 논의가 진행될 경우에도 정부는 과거 정권이 금기사항 비슷하게 논의를 회피해왔던 ‘북핵’문제를 일정 수준 이상 다뤄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장에 다시 나온다거나, 핵프로그램의 중단 및 폐기 절차와 관련하여 진전된 태도변화가 없는 이상, 이들 고위급 대화 등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히 주지시키겠다는 전략 변화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조문단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핵을 포기하면 북한을 적극 돕고 가능한 경제적 지원방안을 국제사회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핵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해줄 것을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