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억류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을 전격 석방하면서 정부도 후속조치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일단 여기자 석방을 인도적 문제라면서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향후 한미동맹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이날로 129일째 억류돼 있는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7일째 예인돼 있는 ‘800연안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대해 “인도적 목적으로 개인방문한 것으로, 여기자들이 석방됐으니 그것으로 끝”이라면서 “더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고, 여기자 문제와 핵문제를 분리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 틀로 나오고, 핵폐기 의지를 보여야 북·미 양자대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보다 앞서 나가는 형국에 다소 ‘떨떠름’해하는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이 여기자 석방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을 뿐, 북핵 문제나 북·미 양자협상 문제까지 건드리는 수준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는 북한이 미국과 통하고 남한과는 문을 닫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와 연안호 문제도 골칫거리다. 유씨 소재는 파악도 안 된 상황인데다, 연안호 역시 북측의 “조사중”이라는 답변만 듣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유씨나 연안호 문제에 대해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데, 북한이 또다른 접근법으로 나올까봐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용현(북한학) 동국대 교수도 “북·미관계가 대화로 가는 속에서 남북관계가 어떻게 가느냐가 매주 중요하다”면서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통미봉남으로 가거나, 지금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15일 광복절을 전후로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에 대담한 제안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월2일로 중지된 개성공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재개 제안, 식량·비료 지원 의사 등을 표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 여기자 석방 문제와 유씨 문제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면서 “오는 17일 한·미 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등도 있어서 일단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