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과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평양회동을 둘러싸고 북한·미국 양측이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있다.

북·미양측은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보였지만 24시간이 채 안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북·미 양측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클린턴·김정일 회동은 열정(북한)과 냉정(미국)의 부조화로 규정될 만하다.

싱긋 웃는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혀 웃지 않고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었다. 4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영접을 받을 때도,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 면담때도 전혀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뇌관련 질환발병이후 몸무게가 급감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 면담 및 기념사진 촬영때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보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북·미관계 급진전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에 대한 북미양측의 의미부여도 천양지차다.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다.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도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특사도 아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도 갖고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북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을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한 방송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의 움직임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내용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북측이 공개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사진은 마치 1, 2차 남북정상회담때의 확대정상회담 포맷이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위원장의 면담내용과 관련, “조·미 사이의 현안들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 허심탄회하게 깊이있게 논의되었고,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일치가 이룩됐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언급해온 것에 추가할 만한 것은 없으며 변한 것도 없다”며 클린턴·김정일 면담내용에 대한 과대한 의미부여를 일축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