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미국 여기자 2명을 전격 특별사면하면서 그 근거로 국방위원회 임무·권한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를 인용, 지난 4월 개정헌법에서 국방위 권한을 강화했다는 첩보가 사실상 처음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3시58분 “김정일 동지께서 사회주의 헌법 103조에 따라 로동교화형을 받은 미국기자 2명에게 특사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헌법 103조는 국방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을 규정한 조항으로, 이번 사면이 국방위원회 명의로 이뤄진 점을 간접 확인한 셈이다.

특히 북한 형법 제53조에 근거,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한 기존의 특사·대사 등 사면 절차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이번 사면 결정에 핵심이기는 하지만, 형식 역시 북한 내부 변화를 추정할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4월9일 ‘김정일 3기 체제’를 발족하면서 개정한 헌법에서 국방위에 사면권까지 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1998년 개정헌법 103조에는 국방위원회가 ‘전반적 무력과 국방사업 지도’, ‘중요군사간부 임명, 해임’ 등 5가지 항목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지난 4월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11년 만에 개정한 헌법에서 국방위 권한을 대폭 강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은 12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했다고 밝히고도 4개월째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