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건강이상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앞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클린턴 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저녁에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최소 2, 3시간은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식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할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증명한 셈이다. 조선중앙TV가 이날 내보낸 화면에서도 김 위원장의 외형적 건강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양호해 보인다. 여전히 과거보다 수척하고 머리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미소 짓는 얼굴 표정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모습,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등에서 건강이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의 활발해 보이는 몸 동작도 예전 그대로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그만큼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김 위원장이 북한의 ‘적대국’인 미국 전직 대통령과 얼굴을 맞댈 만큼 건강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초청했을 리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 입장에서도 건강이상설이 돈 김 위원장의 건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였겠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대외 홍보 효과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