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내 씨네큐브의 운영권이 개관한 지 만 9년만에 백두대간에서 태광그룹으로 이양된다. 씨네큐브가 그동안 예술영화관과 기업간의 ‘파트너십’을 대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경영권 이양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씨네큐브조차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것이 드러남에 따라, 국내 영화·극장문화의 다양성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광모(영화 감독) 백두대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씨네큐브가 입주해 있는 흥국생명 건물의 소유주인 태광 측의 요청으로 극장 2개관의 운영권을 9월1일부터 넘겨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두대간은 8월31일까지만 극장을 운영하며, 현재 태광 측과 인수 인계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씨네큐브 단골고객들은 경영주체 변화가 이 극장의 개성과 기존 색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백두대간은 지난 2000년 11월부터 씨네큐브를 운영, 연 16만~20만명의 관객을 유치해왔다. 백두대간은 지난 1996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개관, 예술영화 불모지였던 우리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바있다. 이 대표는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했던 극장으로서는 관객들이 많이 든 셈인데,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돈을 벌지 못하고 최근 몇 년간 연 2억~3억원씩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그동안 씨네큐브는 건물 임대료를 내지 않고, 수익을 태광과 절반씩 나눠갖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적자는 모두 백두대간이 감당했으며, 누적적자의 무게를 결국 더이상 견디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전국의 예술전용영화관들의 운영이 대부분 어려운 상태”라며 “향후 2~3년 내에 개인이 운영하는 예술영화관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국내 예술영화전용 극장은 약 40곳. 지난 2월 예술영화전용관(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영화관) 지원사업에 신청한 극장은 모두 38곳, 스크린수로는 44개였다. 이중 지원이 결정된 곳은 미로스페이스, 씨네코드 선재, 필름포럼, 씨네큐브, 스폰지하우스 등 27개 극장, 29개 스크린이다.

KOFIC은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예술영화관의 좌석점유율 6~8%를 보존해주는 차원으로 연 2300만~5200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예술영화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지만, 정작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너무나 부족한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개관 10년을 맡는 하이퍼텍 나다와 씨네코드 선재를 운영하고 있는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씨네큐브와 태광의 파트너십이 좀더 오래가기를 기대했는데 너무나 아쉽다”면서 “예술영화관들이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영세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OFIC의 지원이 도움이 되기는 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극장운영상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영화수입 및 배급, 마케팅을 병행하지 않는 예술영화관의 경우 존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글·사진 =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