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오는 10월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는 문제를 놓고 친이(친이명박)측이 ‘반대’분위기가 강한 반면 비주류인 친박(친박근혜) 진영이 ‘우호적’반응을 보이는 등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예상과 다른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3일 “박 대표가 나가서 패배할 경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입을 타격이 너무 크다”며 “청와대와 내각의 쇄신도 한방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박 대표가 출마할 경우 야권이 정권심판론으로 몰아갈 것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인근 울산과 김해의 정서를 감안하면 양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대표 출마에 반대하지 않는 친이계 의원 상당수도 ‘대표직은 그만둔 뒤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의 출마와 관련해 친이측의 속내가 복잡한 이면에는 9월 조기 전당대회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출마할 경우 주류측은 공성진·박순자 최고위원이 줄줄이 사퇴하면 지도부 구성을 위한 조기전대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 뿐만 아니라 중간파 상당수가 조기전대 반대쪽으로 움직이면서 9월 전대가 사실상 물건너 가는 듯하자 주류측 다수는 다시 ‘여권 부담론’을 내세우며 박 대표 출마반대 또는 대표직 사퇴 후 출마쪽으로 기운 것이다.

반면 친박측은 출마에 우호적이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박 대표가 원하면 공천하는 게 맞고, 대표직도 갖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측이 ‘박희태 출마’에 동의하는 건, 박 대표가 친박 복당에 협조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데 대한 보은 성격도 작용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친박측이 당분간 지도체제의 변화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전당대회 시점이 아니라고 보는 친박측에선, 박 대표가 존재함으로써 친이측과의 직접 대결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친이측 핵심 의원은 “박 대표는 양산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측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끝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거나 대표직 사퇴를 최대한 늦추려고 하겠지만, 공천 받기를 원한다면 대표직은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