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大魚)를 낚아라.’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로펌(법무법인)마다 거물급 검찰 퇴직인사들을 영입하려는 물밑 작업이 뜨겁다. 로펌들은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로 인해 일제히 옷을 벗었던 사시 21~22회 고검장 및 검사장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펌 업계 2위인 태평양은 이미 내부적으로 1~2명의 대상자를 선정해두고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형 로펌들 역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무실이 준비돼 있으니 언제라도 오시라”며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다. 업계 1위인 김앤장은 공식적으로 “내부에서 움직임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로펌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상자들의 반응은 아직은 시큰둥하다. 대부분 검찰총장 후보군에 속해 있어 언제라도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의 경우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 지명과 동시에 대형 로펌의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인규(사시 24회) 전 대검 중수부장도 복수의 로펌에서 근무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갈길이 정해지지 않았다.

로펌의 인재 유치 경쟁이 뜨거운 것은 ‘검찰총장급’ 고급 인재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온 일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옷을 벗은 간부들은 뚜렷한 결격 사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검찰총장 내정자가 발표되면 선배와 동기가 퇴직하는 관례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직을 떠났다. 그만큼 이들의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데다가 정권교체 후에도 생존한 만큼 현 정권과의 관계도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 외국 로펌의 국내 진출 가시화로 로펌들이 생존경쟁에 나서면서 인재가 대거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로펌의 퇴직 검찰 인사 유치경쟁에 대해 일부에서는 “법조계에 아직 전관 예우 풍토가 남아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