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엘리트 검사들이 모인 대검찰청에서 ‘박연차 게이트’ 재판과 관련, 한 번 제출한 증거물을 같은 재판부에 두 번씩 제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재판부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증거물로 받아들였다가 이후 알아차리고 다시 취소해 재판정 풍경이 한때 머쓱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5개의 추가 증거물을 제출했다. 증거물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 전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였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 증거를 검토하던 재판장은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의 진술조서와 태광실업의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 투자보고서 등 2건에 대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미 제출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검찰은 “새로운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은 “다른 재판에서 본 건가”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단 증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직전 제출된 증거 목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증거물이 지난 재판에서 채택됐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재판장은 “어쩐지, 어디서 봤다 싶었다”고 말하며 이들 증거의 채택을 취소했다. 검찰, 변호인도 멋쩍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에 대해 검찰과 법원 주변에서는 박 전 회장 관련 재판이 워낙 많은 데 따른 불가피한 실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박연차 게이트’ 재판만 7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거액을 수수했다”면서 징역 7년에 추징금 16억4400만원을 구형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