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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덜컹거리면서 세차게 흔들린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는 느낌에 ‘쭈뼛’ 머리칼이 곤두선다. 피가 흘러내리듯 얼굴이 끈적거리고, 무언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갑자기 눈앞이 화염에 휩싸이고 불쑥 날선 흉기가 날아든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CGV 포 디멘션(4D·Four Dimensions)관’에서 9일 개봉된 영화 ‘블러드 발렌타인’은 온 몸의 모든 감각기관에서 오싹함이 느껴진다. 마치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하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문자 그대로 ‘납량특집’,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4D 영화는 특수안경을 쓰고 3차원 영상을 즐기는 기존 3D영화와 다르다.

과학기술의 진보로 10여가지 특수효과를 통해 미세한 진동과 바람, 냄새까지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영화다.

영화만이 아니다.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오감 만족 체험’은 동네 오락실, 놀이공원, 박물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기저기 하나 둘씩 등장한 ‘3차원 멀티 체험관’은 진동의자에 입체 음향, 바람, 냄새 등 특수효과 장치를 갖춰 3D 이상의 짜릿함을 제공한다. 조종실 공간의 조종석에 앉아서 10여가지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하면 본격적인 오감체험이 펼쳐진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아찔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고, 공중 점프와 물속 질주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체험도 할 수 있어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놀이공원 체험관도 갈수록 더 많은 감각을 자극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3일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63시티 지하 2, 3층 ‘왁스뮤지엄’. 영상체험관의 ‘메가 5D 시어터’는 등장인물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와 관객을 360도로 둘러싸는 느낌을 선사한다. 서울랜드에도 이와 비슷한 ‘타임머신 5D 360’이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기를 끌고 있으며 청춘남녀의 데이트 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현재 4D 상영관은 국내에선 상암CGV가 유일하다. 하지만 앞으로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D영화관 역시 지난해 말까지 20여곳에 불과했지만 불과 6개월여 사이에 60여곳으로 불어났다. 극장가에선 오감 만족을 주는 4D영화가 DVD에 뺏긴 관객들을 다시 영화관으로 불러들여 새롭게 ‘극장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 블러드 발렌타인의 홍보 담당자는 “미국의 경우 대작 4D 영화가 제작되고 있고, 이 영화들은 다운로드가 불가능해 침체된 영화 산업의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CJ CGV 프로그램팀 박혜영 과장은 “관객이 단순히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이 되어 즐기는 가상현실성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세계적 추세”라며 “생생한 체험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에 따라 보다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