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두 배 수준인 1조8000억달러에 달해 개별국가로 치면 세계 8위에 해당하는 거대 주. 미국 경제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도처에 금광이 널려 있는 ‘황금 주(Golden State)’. 3700만 인구를 자랑하고 첨단산업의 상징 실리콘 밸리를 잉태했던 주. 바로 캘리포니아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이제 재정이 파탄나 교사들을 대량 해고할 위기에 처했고, 경찰과 소방서비스는 기능이 정지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거인’이 쓰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에 따르면 비극은 30여년 전 통과된 법안 한 개에서부터 비롯됐다.

197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주택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었고, 이에 비례해 주 정부는 재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1978년 6월 재산세 한도를 설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65%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주민발의안 13(Proposition 13)’으로 알려진 이 법안은 주민들이 보유한 부동산 평가금액의 연간상승률을 2%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뛰어올라도 주 정부 입장에서는 재산세 징수를 제한적으로밖에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유층을 위한 일종의 감세정책이라 할 수 있는 이 발의안은 훗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전국적인 ‘감세 열풍’을 불러오는 단초가 된다.

발의안이 통과되면서 캘리포니아 부유층은 환호했으나 각 시청, 교육청, 경찰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주 정부 수입이 줄어들면 공공서비스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진작에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의안 통과 전 캘리포니아 교육 시스템은 미국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통과후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원’은 50개주 중 48위로 처졌다. 발의안이 끼친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발의안 통과로 ‘주민의 힘’이 증명된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30여년간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발의안을 통해 이익을 관철하는 현상이 일반화됐고, 그때마다 주 예산은 이리 저리 찢겨나갔다.

사태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주지사들 책임도 적지않다. 현 주지사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슈워제네거가 지난 2003년 주지사 선거에 나왔을 당시 자문을 맡았던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발의안 13호를 개정해야 한다는 강력한 권고를 내놨다.

그러나 슈워제네거는 발의안 13호를 손댔다가 자칫 감세를 선호하는 보수층 지지자들이 등 돌릴 것을 의식, 버핏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슈워제네거는 자동차세 감세를 실시했고, 이는 현재 24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분 중 180억달러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악수(惡手)’가 되어 돌아왔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