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 하나 둘 모였다. 숫자를 세니, 한 명이 모자랐다. 티파니가 보이지 않았다. 커피점에 들러 녹차 라떼를 시키느라 지각한 티파니는 “죄송해요. 너무 먹고 싶어서…”라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멤버들이 “나는 아이스커피” “난 마끼야또”하며 재잘거렸다.

24일 AM7 사무실에서 만난 그녀들에게서 대한민국을 떠들썩거린 톱 스타의 도도함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소녀들의 눈빛과 귀여운 표정, 꺼림낌없는 행동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래 집단만이 좋아할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전형적인 ‘공식’을 과감히 깨뜨리며 모든 세대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소녀시대. 29일 미니앨범을 발표하는 그녀들이 다시 뭉쳐 열풍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모든 세대요 우리 싫어하는 사람도 많던데…. 호호호”(수영) “데뷔때부터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다고 했고, 솔직한 모습 보여드리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제시카) “너무 솔직해서 회사에서 걱정할 정도예요. 보통 웃을 때 입가리고 그래야하는데, 우리는 시원하고 털털하게 웃으니까 회사에서 걱정을 하는거죠.”(티파니)

그녀들과의 인터뷰는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와 이를 찾는 선생님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같은 분위기였다. 테이블에 마주앉은 써니와 수영은 윤아와 태연이 대답하는 사이 몰래 키득키득 장난치기 일쑤고, 그 장난은 전염병처럼 번져 효연과 제시카에게로 이어졌다. 그래도 한치의 빈틈없이 재치있게 대답하는 그녀들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

최근 공개된 음원 미니앨범 타이틀곡 ‘소원을 말해봐’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소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렷 자세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전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하니까, ‘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멜로디가 굉장히 세련됐고, 분위기에 맞게 보컬 테크닉을 구사했어요.”(태연) “타이틀곡을 제외하곤 귀엽고 깜찍한 노래들도 많죠. 좀 색다른 장르에 도전한 타이틀곡은 녹음 내내 신나고 흥겨웠어요. 소녀시대의 강점은 어떤 노래를 시켜도 소녀시대화 한다는 점 아닐까요”(제시카)

타이틀곡에 대해 수영은 “우리 노래 들으면 힘이 나고, 설레고 에너지를 듬뿍 준다는 얘기를 듣기 때문에 장르 문제가 굳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고, 윤아는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변신인데, 그게 섹시 콘셉트나 파격 변신쪽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미니음반은 ‘희망의 여신’ 콘셉트에 따라 ‘밀리터리 룩’과 ‘마린 걸’ 패션에 맞춘 소녀시대의 군무가 펼쳐진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처럼 희망차고 에너지 넘치는 춤들의 연장선이지만, 여성의 예쁜 동작을 더 내세웠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떤 노래가 됐든 시원하고 희망적인 소녀시대의 기본 이미지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일상에서 힘드실 때 우리가 희망이 돼 드릴게요.”(소녀시대) 인터뷰 말미. 멤버들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서둘러 덧붙였다. “우리를 특히 많이 사랑해주시는 삼촌 팬들, 인생의 선배님들인 여러분들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