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을 집행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측은 “김 할머니의 인공 호흡기를 제거했지만 환자가 자발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자발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던 김 할머니가 인공 호흡기를 떼고 나서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할머니의 주치의인 박무석 교수는 23일 오후 열린 브리핑에서 “호흡기를 제거한 지 3시간이 지난 현재 자발 호흡을 이어가고 있으며 혈압 맥박 등이 정상 수준을 보이고 있어 이렇게 지속됐을 때 보다 장기적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김 할머니가 사망 상태에 임박했다는 대법원의 판단도 일부 반박했다.

박창일 연세 의료원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김 할머니의 상태는 자체적인 기준으로 2단계로 보고 있지만 자발 호흡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3단계로까지 갈 수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 근거가 됐던 1단계인 ‘사망 임박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세브란스 병원 측은 죽음에 이르는 환자의 상태를 회생 불가능한 사망 임박 단계인 1단계, 인공 호흡이 필요한 2단계, 자발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한는 3단계로 구분해 단계가 올라갈수록 존엄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호흡기가 제거된 이후에도 김 할머니는 3시간째 자발 호흡을 이어가고 있어서,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환자의 상태가 2단계에서 3단계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어 연세대 세브란츠 병원 측은 “존엄사는 억제돼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박 원장은 “대법원 판결과 조속한 시행을 요청하는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존엄사는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료원장은 이어 “이 순간에도 투병 중인 분들의 투병의지를 일깨우고 격려하는 것이야 말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편일 것”이라며 “평온한 죽음이라는 미명 하에 존엄한 생명을 가벼히 여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 대표도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가족 대표로 나선 김 할머니의 맏사위 심 모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 공개를 꺼려했는데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 일부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법적으로 (존엄사를) 정립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심 씨는 “소송 중인데도 병원에서 치료비를 강제 압류하겠다고 하기도 했고,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도 일방적으로 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끝까지 마찰이 있었다”며 병원 측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의료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양측간 공방은 이어질 예정이며, 병원 측에서 존엄사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공방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