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첫 존엄사 시행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은 “존엄사 시행이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구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존엄사 시행은 환자의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추정해서 결정했다”며 “(이런 식으로 존엄사가 이뤄질 경우) 존엄사 오용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환자가 명백하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라 해도 ‘비가역적 사망상태’에 빠졌다는 점이 인정될 때에만 존엄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존엄사가 법제화되면 자신의 생명에 대해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이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존엄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사나 종교계, 환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존엄사 허용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반응이다.

금기창(방사선종양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존엄사를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빨리 후속 법제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 교수는 “우리(세브란스병원)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우리 병원하고 다른 병원하고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의료계가 의견을 모으고 법조계, 종교계도 법제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