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6시에 봉하마을을 떠나 서울과 수원을 거쳐 2000리길을 돌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분은 30일 새벽 1시30분 마을 바로 옆의 정토원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분이 마을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온종일 그의 귀환을 기다리던 추모객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은 국화꽃과 노란색 풍선, 초 등을 들고 노 전 대통령이 평소에 즐겨 부르던 ‘사랑으로’ 등 노래를 조용히 부르면서 마을 입구에서부터 정토원에 이르는 길에 도열해 노 전 대통령을 슬픔 속에서 맞이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분은 선진규 정토원장의 안내로 아들 건호씨에 의해 정토원으로 옮겨졌다. 유분은 49재가 끝날 때까지 정토원에 안치된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여행길에 내내 동행했던 권양숙 여사는 정토원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경찰 사이드카를 앞세운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두 손에 촛불을 든 추모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영면과 안식을 기원했다.

부산에서 찾아온 김근수(64)씨는 “존경했지만 한때는 원망도 많이했던 것이 지금은 너무 후회스럽다”며 “늦더라도 고인이 편안하게 안치되는 것을 보고 돌아가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김다해(여·13·진영여중 1년)양은 “훌륭한 정치를 하셔서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떠나서 아쉽다”며 “늦게나마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싶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길가를 가득 채운 만장과 노란색 리본에는 “당신을 귀찮게 하던 대통령을 버리고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히 쉬세요” “모두 다 털어버리세요” “어려움들 잊고 편히 가세요” 등의 글귀가 빽빽이 적혀 있었다.

운구행렬은 추모객들을 뒤로 한 채 봉하마을 뒷길을 따라 봉화산 정토원으로 올라갔다. 노 전 대통령의 유분이 정토원 앞뜰에 도착하자 고인의 혼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제사인 반혼제(返魂祭)를 시작으로 1시간여의 임시 안치식이 거행됐다. 반혼제 뒤 유분함은 정토원 법당 수광전(壽光殿)으로 옮겨졌다. 뒤이어 고인이 제주음식을 음복하도록 문을 닫는 합문(闔門), 잠시 뒤 문을 열어 주는 개문(開門)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대통령 휘장과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져 있는 향나무 유분함은 수광전 오른쪽 벽에 마련된 ‘영단(靈壇)’에 안치됐다. 가로 4㎝, 세로 15㎝의 작은 크기로 제작된 노 전 대통령의 위패는 부모와 장모의 위패 옆에 나란히 놓였다. 유분함과 위패가 자리를 잡은 뒤 아들 건호씨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장의위원 20여명이 49재의 첫 번째 제사를 올렸다.

정토원에 임시 안치된 노 전 대통령의 유분은 이곳에서 49재를 올린 뒤 오는 7월10일 봉하마을 사저 인근에 마련된 묘소에 안장된다.

김해 = 이용권·채현식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