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29일 종료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검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다음주 초쯤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4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았다는 노 전 대통령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가리지 못한 채 영원히 묻혀버리게 되는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에게서 2007년 6월 100만달러, 2008년 2월 500만달러를 받은 의혹을 받아왔다. 100만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직접, 50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계좌로 받았다는 것은 검찰과 노 전 대통령 측 모두 인정하는 ‘팩트(사실)’이다. 40만달러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받아 미국 주택 매매 계약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진술에 따라 이 돈을 모두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준 돈으로 파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가족에게 돈이 건네진 사실을 몰랐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중 누가 맞는 지는 결국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이 진위를 다툴 기회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640만달러와 관련한 진실의 시계는 ‘의혹’에서 멈춰선 것이다.

검찰은 다음주 ‘박연차 게이트’수사를 재개해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나머지 정·관계 인사들을 소환 조사한 뒤 사법처리하면서 6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회장을 위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러나 수사 중 전직 대통령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후폭풍에 휩싸일 조짐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23일 김경한 법무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됐지만 사퇴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무리한 수사’라는 검찰 책임론이 어떤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