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열린 29일 서울 도심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2시간여 동안 화장이 진행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연화장에도 1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렸다.

●…노제가 열린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수십만명이 몰려 들었다. 경복궁 앞뜰에서 영결식을 마친 운구 행렬이 서울광장에 도착한 오후 1시20분쯤 노제 주최측과 시민단체는 40만명(경찰추산 약 18만명)의 시민이 몰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도심에 모인 인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해 6월 당시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경찰측은 10만~15만명의 시민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었다.

●…노제가 진행된 서울광장은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햇빛가리개 모자를 쓰고 노란색 풍선을 하늘로 띄우거나 고인의 영구차를 향해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시민들은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노제가 끝난 뒤 운구행렬은 시민들이 부르는 ‘아침이슬’과 ‘임을 위한 행진곡’등의 노래 속에 서울역까지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를 뚫고 발길을 천천히 옮겼으며, 시민들은 2000여개의 만장(輓章)을 들고 행렬을 뒤따르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몰려든 인파로 인해 운구행렬의 출발이 약 3시간 지연됐다. 당초 경찰측은 인도와 차로의 경계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지만, 인파가 몰려들자 차도 이용을 허가했다.

●…이날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 일대에는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 탈진하는 시민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소방방재센터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시청 앞 광장에서 조모(여·24)씨가 탈진하는 등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15명이 실신하거나 탈진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들 가운데 5명을 병원으로 옮기고 1명은 귀가시켰지만, 나머지 9명은 증세가 가벼워 현장조치만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광장 출발 지연으로 예상보다 3시간 늦은 오후 6시7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연화장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의 관은 국방부 의장대에 의해 승화원(화장장)안으로 운구된 후 8호 분향실까지 옮겨졌다. 의장대에 의해 관이 꺼내지자 연화장에 운집한 시민들은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고, 관이 화장로 안으로 들어가자 다시 한번 화장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태극기를 걷어낸 관이 화장되기 시작하자 유족들과 추모객들 사이에서는 슬픔과 안타까움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일부 추모객은 노 전 대통령의 화장 모습을 지켜보다 실신하기도 했다.

●…오후 8시45분 의장대가 관을 덮었던 태극기를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아무 말 없이 침착하게 태극기를 받았다. 이어 화장과 냉각, 분골을 마치고 고운 재로 변한 노 전 대통령의 유분이 담긴 유분함이 아들 건호씨의 가슴에 안겨 연화장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밖에서 촛불을 들고 ‘아리랑’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합창하던 추모객들은 유분함을 보자 통곡을 하며 흐느꼈다. 유분함은 유족과 장의위원회의 손으로 옮겨져 8시50분 봉하마을로 떠났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화장이 시작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분골을 안한다고 보도가 나갔지만, 유가족들이 원해 분골하기로 결정했다”며 “유분함은 원래 공개된 것을 그대로 사용키로했다”고 밝혔다.

김병채·강버들기자, 수원 = 박준희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