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과 행동 양 측면에서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29일 담화를 통해 “더 이상의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협박하는 동시에 동해안으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추가로 감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은 6월에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력 시위를 전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북한의 잇단 초강수 뒤에는 대내외를 겨냥한 복합적인 메시지와 의도가 혼재돼 있는 것으로 분석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조급함, 제재에 대한 두려움, 국제사회와 우방에 대한 하소연과 설득, 이와 함께 내부 결속을 위한 대내용 호소 등이 뒤섞여 있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안 추진에 대한 반발에서는 국제사회 여론에서 궁지에 몰린 북한의 조급함이 읽힌다. “안보리가 더 이상의 도발을 해오는 경우 더 이상의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협박 뒤에는 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 외교라인 핵심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북한이 다발적으로 최악의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빈말로 그치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6월1, 2일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4일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재판 ▲15일 6·15정상회담 9주년 ▲16일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해 미사일 발사, 핵 재처리 활동 강화, 농축우라늄프로그램 가속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이날 담화에는 또 심정적으로 우군이라고 여겼던 중국과 러시아가 비난 대열에 동참하는 기류를 보이는데 대한 배신감과 하소연이 함께 담겨 있다. “우리 앞에서는 자주적 권리라 말해 놓고 유엔에서는 규탄하는 책동을 벌였다”는 대목이다. 이같은 우회적 비판과 함께 담화는 “지구상의 2054번째 되는 핵실험이다”, “국제법에 저촉되는 게 없다”는 정당성을 항변하는 논리로 국제여론 설득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김용현(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이 나오기 전에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선수를 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러에 ‘선택하라’는 의미를 강하게 던지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대내용 메시지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국제 제재를 앞두고 당·정·군의 결속을 도모하는 차원도 있다”며 “아마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이어 전시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극한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는 북한의 속마음에서 ‘대화의 싹’을 발견하려는 진단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캘린더상으로 보면 6월 한달간 최대한의 시위를 벌인 뒤 7월쯤 ‘북·미 접촉’을 꾀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잘못된 보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섣부른 대화재개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조건부 대화재개의 필요성까지 배제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6, 7월은 한반도의 명운이 엇갈리는 중대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협·방승배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