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반대와 불만을 표시하는 의미로 천즈리(陳至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의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해 주목된다.

29일 베이징(北京)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천 부위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청으로 6월1일부터 4일까지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천 부위원장은 28일 호주, 뉴질랜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1일 평양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이번 방북 취소는 중국이 지난 25일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강경한 내용의 외교부 성명을 내고, 최진수 주중 북한 대사를 불러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면서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한 지 4일 만에 나온 대북 강경조치다.

특히 중국 의회 격인 전인대에서도 ‘북한통’으로 알려진 천 부위원장의 방북 취소는 북한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과 불쾌감이 어느 수준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4월10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해 열린 연회에 참석하고, 하루 뒤에는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 중이던 전영진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대북 교류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도 지난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만나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다”면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중국 국가 이익에 위배되며,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뜻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한 2차 핵실험 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 대응 및 대북 제재와 관련,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러시아도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고, 28, 29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한과의 정부 간 통상경제 및 과학기술위원회 무기 연기를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