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이래 근 13년을 끌어온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이 법적으로는 문제없어 허구(虛構)로 일단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해 검찰이 2003년 10월 당시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배임 혐의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유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또 조준웅 특별검사가 지난해 4월17일 기소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같은 사건 ‘공범’ 혐의와 관련해 1, 2심의 무죄를 확정했다. 피고인별, 또 유·무죄로 갈린 하급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무죄로 정리함으로써 경영권 승계 13년 논란이 ‘진실의 순간’을 맞게 한 것이다.

우리는 삼성 사건의 시계열을 되돌아보며 노무현 전 정부의 출범 첫해에 기소되기 시작해 임기 말이 논란의 절정이었음을 우선 주목한다. 그것도 쌍방향이었다. 1996년 10월30일 에버랜드이사회의 주주배정 방식 CB 발행 결의, 2000년 6월29일 참여연대 및 법학교수들의 배임혐의 고발을 거쳐 전·현직 사장이 기소된 것이 한 방향이고, 2007년 10월29일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비자금 폭로’ 회견, 그해 11월23일 국회의 특검법 의결을 거쳐 정권 교체 뒤 이 전 회장 기소가 다른 한 방향이었다. 이 쌍방향에 대해 대법원은 “CB 발행은 주주 배정이 분명하고 기존 주주가 스스로 실권한 것으로 봐야 한다. 또 피고인들이 회사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를 유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잘못은 삼성측이 아니라 참여연대·법학교수·검찰·특검의 몫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들의 연대 과오 때문에 글로벌 삼성의 이미지가 적잖이 타격받고 경영 차질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이 특검 기소 닷새 뒤 “허물을 모두 안고 떠나겠다”며 퇴진한 이래 삼성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도 전같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삼성 사건의 저류인 반(反)기업 정서로 삼성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기업 한국, 산업 한국 전반이 위축돼왔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삼성이 명예를 회복한 당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려운 경제의 활성화와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평한 것도 같은 맥락임은 물론이다.

삼성은 비상(非常)을 극복한 29일이 곧 비상(飛上)의 전기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6월이 이 전 회장의 ‘1993.6.7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그 6월, 또 2008.6.25 계열사 독립경영의 6월임을 주목하며 삼성이 초일류 신화의 시대를 다시 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