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의 전염병 위험 경보 수준 격상 여부를 놓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고민에 빠졌다. WHO는 일단 현행 5단계를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미국, 영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신종 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경보 수준 격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2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선 6단계인 ‘팬데믹’(pendemic·대유행) 결정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영국과 일본 등 지난 주말부터 신종 플루가 급속도로 재확산되기 시작한 일부 국가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들 국가는 WHO가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속도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치명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전염병 경고 수준을 바이러스의 치명도보다는 확산 정도에 따라 결정한다. 6단계인 ‘팬데믹’은 두 개 대륙 이상에서 2차 감염이 확산될 경우 확정하는 경보 수준이다. 앨런 존슨 영국 보건장관은 “WHO가 경보수준을 6단계로 올리는 것에 좀더 유연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는 팬데믹으로 결정될 경우 이에 대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과학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시급하면서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유예기간을 준 듯하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오래 갈지, 지금 상황이 폭풍 전야의 고요함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챈 총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우리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중에게 경고해야 하지만,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대중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5단계 유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대행인 리처드 베서 박사는 이날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신종 플루 사태는 끝난 게 아니다”고 경고했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남반구로 확산되면서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상승작용을 일으키거나 기존의 조류 인플루엔자(AI) 관련 바이러스와 결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WHO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신종 플루 감염자는 39개국에 8829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멕시코와 미국을 포함해 72명으로 집계됐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