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D빌딩에서 작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나모(42)씨는 최근 구로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사무실을 옮겼다. 120㎡의 사무실 경비를 도전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씨는 사무실 이전 후 보증금과 임대료,관리비 등의 지출이 40%가량 줄었다.

나씨는 “강남권은 경기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임대비용이 오히려 오르는 곳이 많다”며 “120㎡의 오피스텔 보증금과 임차료, 관리비 등이 월 500만원이 넘어 디지털단지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임대료 부담을 느낀 소규모기업 및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들의 ‘탈(脫) 강남’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불황이 장기화되자 서울 강남권 일대 IT 관련 업체나 중소기업들이 임대료와 관리비가 저렴한 서울디지털단지나 경기 성남 일대 아파트형 공장 등으로 이사하고 있다.

실제 창업부동산정보원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 걸쳐 있는 디지털단지에는 IT, 금융, 건설, 지식기반 관련 업종 업체 8200여개사가 입주해 있다. 이들 중 100개 이상 업체가 올 들어 4개월 동안 강남권에서 이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벤처기업들이 디지털단지로 모여들고 있는 것은 임대료와 관리비가 예상외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강남권역의 1분기(1~3월) 1㎡당 임대보증료는 22만3500원, 월세는 2만원가량이다.

이는 디지털단지 아파트형 공장 등의 임대보증료가 1㎡당 10만원 내외에 불과 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디지털단지는 관리비도 강남권의 4분의 1 수준이다.

IT, 금융, 건설, 지식기반 관련 기업들이 디지털단지와 경기 성남 등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강남권의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1분기의 경우 강남지역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2008년 4분기(10~12월)보다 1.5%가량 늘어난 4.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이 모이면서 서울디지털단지 부동산 시장도 부활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분양과 임대, 오피스텔 전·월세 수요 등을 겨냥한 분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로디지털단지 파트너스타워2차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하는 박준형씨는“디지털단지 내에서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형 공장은 분양계약이 예상외로 높다”며 “공실률도 낮은 데다 임대차도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