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제1 주범으로는 다른 무엇보다 이산화탄소(CO₂)가 지목받고 있다. 따라서 온난화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CO₂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쉽게 말해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잖아도 세계 각국은 온난화 예방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CO₂ 배출량을 금세기 중반까지 지금의 절반으로 줄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위 저탄소(低炭素)사회의 실현이다. 하지만 이 기준에 맞추려면 석유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국내 산업은 아예 마비돼버릴지 모른다는 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비명이다.

CO₂가 아니더라도 석유 부존 자원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세계 산업활동은 이미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의 석유가격 폭등도 그 한 예다. 한 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석유에 의존하는 한 현대문명은 만성적 불안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제 석유를 태우지 않고도 산업 생산이 유지되고 나아가 현대 문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은 인류의 비원(悲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 전세계 인류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인류가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과학기술에 힘깨나 쓴다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이 분야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분산화(分散化)다. 기존 발전소들과 달리 태양전지를 부착할 수 있는 데라면 어느 곳에서든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도심의 빌딩이나 아니면 시골 주택, 광활한 평지나 사막, 심지어 넓은 바다 위에도 설치할 수 있다. 규모에 상관없는 만큼 얼마든지 ‘게릴라 발전소’가 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발전소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분산화는 또다른 문제를 낳기도 한다. 현재는 기존 발전소들이 한국전력과 같은 중앙집중식 시스템의 통제에 따라 전력을 생산·공급하지만 태양광 발전소가 전국에 깔릴 경우 수없이 많은 게릴라 발전소를 일괄 통제하기란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가 개발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 어떤 시스템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다름 아니라 요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다. 우리말로는 지능형 전력망이다.

내용을 알고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주택이나 건물마다 설치돼 있는 기계식 계량기를 정보기술(IT)로 무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인터넷망처럼 전국적으로 연결하고 한전 등에 중앙통제소를 설치하면 된다. 이렇게되면 무계획적이고 분산형인 태양광 전력의 생산 정보가 중앙통제소로 집중돼 일괄 처리되면서 효율적으로 발전·송전·배전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는 에너지 흐름을 안정화하는 기반 기술인 셈이다.

게다가 집집마다 설치되는 스마트 그리드의 단말기는 개별 소비자에게 자신의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케 하는 한편 절전을 위한 시간대별 전력 가격 정보까지 제공해준다. 거꾸로 자기 소유의 태양광 발전기가 생산한 전기를 한전 등에 되팔 때의 송전량과 가격 등에 관한 정보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반도체와 IT가 하나로 만나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을 탄생시키는 셈이다. 기후변화협약과 에너지 안보 전략의 동시적 실현이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에서 약 2조9880억달러의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잘만 하면 ‘한국이 먹고살 어마어마한 시장’(문승일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이다. 선진국 정부들이 ‘그린 뉴딜(녹색성장 모델)’이라며 일제히 달려드는 이유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위한 기술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이신우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