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 확산사태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은 경제적 규모는 물론, 질병대응 시스템에 따라 매우 다르다. SI첫 발병지이자 현재까지 152명이 사망한 멕시코의 경우 발병원인은 물론 대응까지도 모두 낙제점을 면치못하고 있다. 반면 SI바이러스를 처음 규명한 캐나다, 미국, EU등 선진국들의 질병대응체계는 매우 단계적이고 신속하다.

◆ 차분하되 신속하게 =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실험실 검사를 통해 SI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한 것은 미국 40명, 멕시코 26명, 캐나다 6명, 뉴질랜드 3명 등 총 79건에 불과하다. WHO 실험실 검사는 약 1주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각국에서 발표한 SI 의심환자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 반면 SI의심환자는 미국만 6개주 68건으로 늘어나는 등 확산일로다. 각국의 공통대응책은 의심환자발생→격리조치 및 감염경로 파악, 출입국 검역확대→건강상태 검진과 멕시코 여행자제권고, WHO보고→관련백신 확보및 대국민 캠페인의 형식이 취해지고 있다. 또 SI확산경로 상당수가 항공여행으로 입증되면서 2003년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와 달리 각국마다 의심환자를 즉각 발표하고 감염경로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체계도 서 있다.

◆ 여행자제, 돼지고기 수입중단도 =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은 모두 ‘멕시코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필수불가격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정부의 각국 대응조치보다 발빠른 것은 기업들의 자구책들이다. 멕시코만이 여행목적지이던 대형크루즈 3척이 여행중단을 발표했고, 캐나다 항공업계는 6월1일까지 멕시코공항 경유를 중단시켰다. 심지어 멕시코의 혼다현지 공장도 최소한 5월6일까지는 모든 해외출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 발칸국들은 북남미산 돼지고기 및 가공식품 수입을 중단했다. 러시아 등 9개 국가도 마찬가지. 영국 2명, 독일 2명, 스페인 2명, 이스라엘에 2명 등의 SI감염자가 발생한 유럽은 질병대응단계를 높이고, 적극적인 감염경로 차단에 나섰다. 유럽중 처음으로 감염환자를 공식확인한 스페인의 경우 멕시코 지원대책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 남미, 아시아, 중동 등지로 확대 = WHO와 세계 각국의 여행자제조치와 출입국자 검사 등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SI의 확산은 진행형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브라질 21명, 아르헨티나 10명, 칠레정부는 18명에 대해 각각 정밀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질랜드와 호주를 남태평양 국가들과 태국과 홍콩,한국 등 아시아, 이스라엘 등 중동에서도 이미 SI의심환자가 나타나 WHO의 공식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후쿠다 게이지 WHO사무차장은 “통상 1년간 어떤 인플루엔자이든지 간에 희생자는 세계적으로 25만~50만명에 이른다”면서 “지나친 공포심보다 각국은 백신확보, 감염차단 등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인표기자 li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