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돼지인플루엔자(SI)가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청사에서 SI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호웅기자

“돼지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사태의 핵심은 돼지가 아닌 인간이다.”

정부는 돼지인플루엔자(SI)의 명칭을 ‘멕시코인플루엔자(MI)’로 공식 변경해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발병했다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지역에 맞춰 이름을 붙이는 게 국제적 관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함께 SI사태와 관련해 ‘돼지’ 명칭을 빼야 한다는 해외에서의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SI의 명칭을 멕시코인플루엔자로 변경키로 하고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면서 “사망자가 최초로 나왔고, 제일 많이 발생한 멕시코 발생지역명을 붙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도 최초 발원지는 스페인이 아니지만 첫 환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해 명명됐고, SI가 돼지에서 기인했다는 과학적 증거가 현재로서는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은 27일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된 바 없는 상황에서 SI로 불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톰 빌색 미 농무장관은 “SI 바이러스가 음식물에서 생성된 것도 아니고 돼지고기 제품을 먹는 것과도 아무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돼지라는 단어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야코브 리츠만 이스라엘 보건부 부장관은 “‘멕시코인플루엔자’로 불러야 한다”고 권고하는 등 각국이 SI 명칭을 놓고 이의 및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양돈업계 역시 SI란 명칭을 바꿔 돼지와 돼지고기로 인한 질병 전파 위험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환 대한양돈협회 회장은 “돼지가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아닌데 SI로 불러 양돈농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SI 발병 보도 이후 27일 전국 돼지지육 시세는 지난주 평균가격과 견줘 6.23%, 28일에는 10.3%씩 감소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