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가 ‘동성결혼’ 논란으로 뜨겁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 미인대회에 출전한 여성이 반(反) 동성결혼 입장을 피력하면서 찬반 논란에 더욱 불이 붙은 형국이다.

하지만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권에서 수차례 좌절됐던 동성결혼 합법화에 가속도가 붙는 등 분명하게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취임 이후 미국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윤리문제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 행사에 동성애자 부부의 자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입장권을 배정해 눈길을 끌었다.

◆ 미 전역 동성결혼 합법화 봇물 =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곳은 매사추세츠·코네티컷·아이오와·버몬트 주 등이다. 사회학자들이 주목하는 곳은 아이오와의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이다. 매사추세츠나 코네티컷은 교육 수준이 높고 진보적인 백인들이 많이 산다. 반면 아이오와는 중서부 농업지대여서 보편적 미국인들의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브라운대의 존 로겐 사회학 교수도 “매사추세츠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 진보적 성향이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아이오와는 미국인들이 동성결혼도 인간의 넓은 선택권에 포함된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시의회도 다른 지역에서 치러진 동성결혼은 인정키로 했다. 오는 5월 연방 의회의 최종 표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동성결혼 합법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미 언론들은 예상한다.

뉴저지·뉴욕·메인·뉴햄프셔 등 9개 주에서도 올해 안에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특히 뉴욕이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5번째 주가 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미 동성결혼 합법화 추진 의사를 밝힌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는 관련 법안을 주의회가 서둘러 통과시켜주길 원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필요한 상원의 32표를 확보하자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AP는 전했다.

◆ 종교단체 등 반대 시위도 거세 = 동성결혼 합법화가 탄력을 받는 만큼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AP에 따르면 우선 쳇 컬버 아이오와 주지사가 주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아이오와가족정책센터 등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들은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이를 주민투표에 부치기 위한 로비활동을 전개중이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08년 5월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렸지만 같은해 11월 대통령선거를 통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민발의가 통과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동성애자들을 중심으로 이 발의안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고 주 대법원은 현재 오는 6월까지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이후 미국내 동성애자 1만8000쌍이 캘리포니아에서 결혼했다. 그러나 주민발의안 때문에 이들 결혼의 합법 여부를 놓고 법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