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구속된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는 개인 금고나 다름없었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총 6차례나 특수활동비에서 12억5000만원을 횡령해 차명계좌에 나눠서 관리해왔다. 특히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하기 위해 많게는 세명의 지인을 거쳐 부동산, 채권, 주식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금을 은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검찰 수사에 의하면 정 전 비서관이 재임 중 최초로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비서관은 특수활동비에서 횡령한 2억원을 평소 알고 지내던 최모씨에게 건네준다. 최모씨는 정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기업은행에서 중소기업금융채권 2억원 어치를 구입한다. 정 전 비서관은 이 채권을 또 다른 지인 이모씨에게 관리하게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총 6차례에 걸친 공금 횡령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05년말부터 2006년초 사이에도 한차례 1억5000만원을 특수활동비에서 빼내 이모씨 명의로 채권으로 돌려놨다. 2006년 1월에는 특수활동비에서 2억원을 횡령, 정모씨와 이모씨를 거쳐 최모씨 명의로 주식을 매입한다.

그로부터 약 3개월 후 정 전 비서관은 2억원을 추가 횡령, 정모씨를 한번 거쳐 최모씨 명의로 기업은행 채권을 사들인다. 2006년 8월쯤, 정 전 비서관은 또 한번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2억원을 횡령한다. 정 전 비서관은 이 자금에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수한 3억원을 합쳐 총 5억원으로 이모씨 명의로 서울 서초동 상가를 빌려 임대료를 타냈다.

이번 수사에서 밝혀진 정 전 비서관의 마지막 횡령은 그로부터 약 1년후인 지난 2007년 5~7월 사이였다. 이때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특수활동비 3억원을 횡령, 이모씨 명의로 증권사 세곳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분산 예치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