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1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를 포함시켰다.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억원과 상품권 1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발부된 구속영장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다양한 편의를 봐준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참여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박 회장 사돈인 김정복씨가 2004년 중부지방국세청장, 2005년 6월 국가보훈처 차장, 2007년 4월 국가보훈처 처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을 영장에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이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박 회장이 경남은행 인수를 시도할 당시 관련 경제부처 공무원과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도 확인됐다. 앞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창식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이 회고록에서 “2007년 초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경남출신의 비서관’(정 전 비서관)을 통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등을 접촉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고 밝혀 정 전 비서관의 로비 주선 정황은 이미 드러났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박 회장과 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으로부터 수차례 청와대, 외교통상부 등 범정부적 차원에서 사업을 지원해줄 것을 부탁받고 경제정책 비서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된 정 전 비서관과 노 전 대통령간 관계를 감안,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4억원 중 차명계좌에 보관 중인 3억원의 뇌물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영장에서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노 전 대통령 최대 후원자인 박 회장과 대통령간 만남, 대화 등 소통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있었다”고 밝혔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