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도부와 의원들간의 엇박자로 20일 한달 넘게 끌어왔던 터키 의원월드컵 참가가 무산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됐다.

3월18일 터키 의회는 국회축구연맹(회장 남경필 의원)을 세계 처음 개최되는 의원월드컵 행사에 공식초청했다.(문화일보 3월18일자 2면 참조) 이 행사 후 축구연맹측은 “유럽 선진국과 밀도 높은 의원외교를 추진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참가를 주장했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는 참가의원의 대다수(20명 중 16명)가 한나라당 소속임을 감안, 추경처리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축구연맹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 일정을 연기해가며 지도부 설득에 나섰고 국회의장도 본회의 일정(시간)까지 늦추며 대회 참가를 독려했다. 결국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조건부 허용’ 의사를 밝혔다. 한달을 끌어왔던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출국을 불과 이틀을 앞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돌연 의원월드컵 참가불가를 결정했다. 축구연맹 소속 의원들은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고 홍 원내대표를 찾았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날 저녁 축구연맹은 터키 의회에 불참 사실을 통보했고 8개국 토너먼트로 치를 예정이었던 의원월드컵 일정은 결국 차질이 생겨 국제적 망신을 뒤집어 쓰게 됐다. 경기불황으로 온나라가 비상상황인 국면에 한가롭게 축구대회에 참석하겠다고 한 의원들이나, 보내달란다고 허락했다가 또 이를 뒤집는 당 지도부나, 할일이 산적해 있는데도 외유를 허락한 국회의장이나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대회일정이 23∼26일임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일정(시간)까지 연기해가며 29일 귀국하겠다던 의원들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은 “터키 의회와 국민에게 큰 결례를 범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 안타깝다.

윤석만 정치부기자 sam@munhwa.com